서울 서북부지역 연쇄성폭행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주민을 대상으로 강압수사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주민 S씨는 “서대문 경찰서 경찰들이 나에게 유전자검사 동의서를 강압적으로 쓰게 하고 주변인에게 내 사진까지 보여줘 마치 내가 성폭행범인 것처럼 주변에 알려지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사건을 접수했다.

S씨에 따르면 서대문경찰서 L형사 등은 지난 5일 서대문구 북아현동 S씨의 집을 방문하고, 같은날 저녁 S씨의 타액을 채취했다.

S씨는 “타액 채취를 처음에 거부했으나 경찰이 ‘혐의가 없으면 왜 못해주냐’ 고 몰아붙여 결국 동의서를 쓰고 채취에 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폭행 용의자로 지목돼 타액을 채취한다고 했을 때 누가 선뜻 동의하겠냐”며 “게다가 유전자 검사 동의서에 ‘유전자 결과가 10년간 보존된다’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S씨 가족들은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인 노모가 혼자 있는데 찾아와 경찰이 아들 사진을 보여주면서 ‘강도’ 성폭행범’ 운운하고 이성관계 등 사생활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수사 내용을 듣거나 경찰을 통해 사진을 봤다면 S씨는 성폭행 용의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동의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없었거나 위압적 분위기에서 DNA 채취가 진행됐다면 이는 생명윤리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담당 형사는 “인권침해를 한 적이 없고, 합법적으로 사진을 구해 충분히 설명한 후 동의서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대문 경찰서는 양쪽의 주장이 엇갈린다는 점에서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중이다.

서울 서북부지역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잇따라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DNA분석 결과 동일범이 성폭행 13건, 절도 1건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본부를 꾸린 서대문 경찰서는 올해 초부터 총 89건, 마포경찰서는 총 205건 의 DNA샘플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과정에서 영장을 가지고 가 샘플을 채취한 건은 1건도 없었지만 전원 동의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