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봉숙 민주당 의원

“299명을 다 만나본 건 아니지만 내가 만나본 일부 사람들은 다 거절했다. ‘여성 의원인데 혼자 하시죠’라고만 얘기하더라. 그리고 ‘그것이 인류역사와 더불어 시작됐고’라는 식으로 굉장히 관대하게 말했다.”

지난 8일 독일월드컵 경기장 옆 대형 성매매촌 건립을 막기 위해 성매매 감시단을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손봉숙 민주당 의원이 남성 국회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하자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도 손 의원이 관련 성명을 내려 하자 “오히려 성명서를 발표하면 우리 관광객들에게 그런 장소가 있다는 걸 홍보하는 결과가 되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독일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월드컵 경기장 옆에 대규모 성매매촌을 건립하고 중앙아시아 및 동구권 여성을 수입할 조짐을 보여 전 세계 여성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손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관광객 대상 대규모 성매매촌 건립 계획에 대해 성토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베를린시는 월드컵 경기장 옆 약 3000㎡의 부지에 650명의 남성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성매매촌을 건립했으며 월드컵 조직위원회는 성매매를 위해 중앙아시아 및 동구유럽에서 약 4만명의 여성을 수입할 계획이다.

손 의원은 “월드컵이란 성별, 인종, 빈부의 격차를 넘어 세계인의 화합과 평화의 대전이 되어야 할 자리인데 그 옆에 성매매 텐트촌을 건설한다고 한다”며 “더 기가 막힌 건 독일 월드컵 위원회가 ‘스포츠와 섹스는 함께 간다’고 얘기했다”고 분노했다.

▲ 독일이 6월 월드컵 기간에 맞춰 특설 성매매촌을 허가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세계 여성계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독일 퀼른에 있는 월드컵 경기장

왜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 독일은 2002년 성매매를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독일 정부는 일정 구역 안에서 이뤄지는 성매매에 대해서는 알선업자와 여성들로부터 세금을 받고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과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고 손 의원은 지적했다. 손 의원은 “독일은 성매매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나라지만 우리나라는 성매매 방지법이 통과됐고, 우리는 속인주의다”며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가서 성매매를 해도 우리나라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위법 가능성을 주장했다.

더 나아가 손 의원은 “순수한 시민 응원단이 월드컵에 대비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한국민이 성매매 관광을 즐기는 추태가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인갚라며 “문제는 이것이 불법인가 합법인가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의원은 “이는 스포츠 정신을 훼손시키는 저질적이고 천민적인 상업주의”이고 “성 산업을 통해 돈을 벌어보겠다는 취지가 바닥에 깔려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인신매매의 위험성도 제기했다. 손 의원은 중앙아시아와 동구권 여성 수입 방침에 대해 “후진국의 빈곤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것이고, 싼 돈을 줘서 매매를 주선하는 행위”라며 “반인권적이고 반여성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의원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피파가 독일 월드컵 준비위원회에 징계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파와 독일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적 입장은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

이 때문에 세계 여성계가 강력 반발, 반대 여론 형성을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성매매 감시단 파견 등으로 여론 형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손 의원의 주장이다.

손 의원은 “여성인신매매반대연합이 구성되어 성매매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고, 25개국의 6만여명이 반대서명을 받아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수상에게 항의서한을 보냈다”며 “프랑스나 스웨덴 등 유럽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독일 월드컵을 성 산업 특수로 전락시킨 데 대해 강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손 의원은 “빈곤 때문에 여성인권이 유린당하는 건 전 세계인들이 분노하고 함께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기영 기자  lgy929@naver.com